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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야기/스틸캐스트 2017.07.10 07:00

[포스코리포트] 업사이클링 건축의 아이콘, 철



대표적인 인스타그램 성지로 손꼽히는 성수동의 대림창고! 커피값을 포함하여 일만 원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인데요.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처럼 힙한 곳으로 바꾸어 버린 대림창고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이곳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있습니다. 


바로 정미소와 물류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지금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원래 공간의 구조나 오브제를 그대로 살려낸 것인데요. 이 같은 업사이클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나라로 네덜란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네덜란드의 업사이클링 건축 트렌드를 네이버 여행+ 통신원이자 네이버 디자인 온라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영 기자를 통해 만나보세요. 

 


업사이클링 건축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이 분야에서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업사이클링이 네덜란드에서 주류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옛 건물을 지키려 암스테르담의 요르단에서 시작된 시민운동 때부터 이미 네덜란드 사람들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무조건 능사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 특유의 환경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건물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산더미 같은 철거물과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결코 미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철학 외에도, 자원의 순환이라는 경제적인 관점까지 업사이클링은 네덜란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젠다이다. 


△ 이미지 출처 - 저자 제공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NDSM 풍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페리를 타고 북쪽을 향해 15분 정도 이동하면 NDSM (Nederlandse Scheepsbouw en Droogdok Maatschappij, the Dutch Shipbuilding and Dry dock Company)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은 네덜란드 내에서도 업사이클링 공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원래 NDSM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제조회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선박 수주가 감소하면서 결국 1984년 회사는 파산을 맞았다. 이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린 NDSM은 시티 노마드 (City Nomad)라는 다양한 로컬 아티스트들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암스테르담의 새로운 컬처 허브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NDSM 페리 정류장에 첫발을 내디디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녹슬고 낡은 건물들이다. 마치 SF 영화의 스틸컷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NDSM은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다. 붉은 외벽에 흐릿한 흔적만 남아 있는 큰 글씨와 회색빛 외벽을 채운 그래피티 아트. 빨강과 파랑 등의 선명한 컬러를 뒤집어쓴 채 무심하게 쌓여있는 컨테이너들이 눈에 띈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NDSM 파랄다 크레인 호텔


NDSM 안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겨 위를 올려다보면 약 50m 높이의 거대한 크레인이 보인다. 네덜란드의 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블루, 레드, 옐로 컬러의 감각적인 크레인이다. 이 건축물은 현재 NDSM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트렌디한 곳으로 만든 NDSM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크레인 호텔 공식 페이스북 / 파랄다 크레인 호텔 전신, 크레인 13


1951년 헨센에서 제작한 이 크레인의 원래 이름은 크레인 13! 세계에서 가장 큰 빌딩 크레인 중 하나였던 이 건축물은 NDSM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뒤로부터 약 60년 후, 크레인 13은 Faralda(파랄다) 크레인 호텔이라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로 환골탈태한다. 호텔 이름인 파랄다는 2차 세계대전 중 수 백 명의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네덜란드 여성 스파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 이미지 출처 - www.shipyardtalsma.com파랄다 크레인 호텔 전신, 크레인 13의 보수 과정


이미지 출처 - 크레인 호텔 공식 페이스북 / 크레인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자쿠지


60년이 넘은 낡은 크레인을 꼭대기에 자쿠지가 있는 호텔로 개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모두 정신이 나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씩 분해된 크레인은 네덜란드 북부의 프리스란드로 옮겨져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그리고 이제는 오직 하루에 3명, 선택받은 게스트만이 묵을 수 있는 암스테르담의 명물이 됐다. 


오랜 시간을 견디어 온 무게감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NDSM에 우뚝 서 있는 파랄다 크레인 호텔. 꼭대기부터 다리까지 모든 것이 철로 만들어진 파랄다 호텔을 보면서 철을 다시 보게 된다. 크레인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당연히 철이다. 철은 합금강과 일정량의 탄소로 구성되는데, 강도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철은 탄소강이다. 보통 탄소강은 0.05%에서 2.1% 사이의 탄소가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크레인의 경우 강도가 가장 중요하다. 크레인 제작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철의 종류는 고강도 저합금강 (High-strength low-alloy, HSLA) 스틸이 주로 사용된다. 고강도 저합금강 스틸의 경우 탄소의 비중이 약 0.05% 정도로 낮으며, 강도를 위해 다른 원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주로 크롬, 니켈, 몰리브덴, 바나듐이 일반적이다. 


고강도 저합금강은 탄소강에 비해 대기 부식에도 강해, 외부에 노출되는 크레인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팔라다 호텔의 전신인 크레인 13이 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북해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거센 바람에 맞설 수 있던 것은 바로 이 특유의 소재 때문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tradekorea.com 고강도 저합금강 High-strength low-alloy, HSLA


통제된 조건 아래에서 산업용으로 제작되는 철은 무제한으로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가장 지속가능한 소재 중 하나다.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나무와 플라스틱 등은 불에 타거나 시간이 흐르면 그 기능을 잃는 다운사이클링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철은 아무리 재활용을 거듭해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고 또 완전히 없어지지도 않는다. 


또한 철은 리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도 가능하다. 스크랩 스틸을 활용해 거의 모든 단계의 스틸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S235 스틸을 더 높은 등급의 S460 스틸과 제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높은 등급으로 제련하기 때문에 같은 등급으로 제련할 때보다 에너지가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recyclinginternational.com  / 철의 리사이클링


철은 재사용(Reuse) 소재로도 적합하다. 옛 건물 전체를 모두 사용하거나 기존의 골조에 프레임을 추가하여 건물의 수명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또한 기존에 있던 건물의 골조를 분해한 후 코팅을 해 같은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은 새로운 원자재나 철의 가공에 필요한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여 환경적으로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자원의 순환으로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득이 된다. 각 국가에서 철의 재활용과 재사용을 독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철을 중심으로 한 업사이클링 트렌드가 반짝 관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업사이클링을 보면서 이 모든 것이 기우인 듯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낡고 오래된 것들에 매력과 편안함을 느낀다. 물리적인 공간을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하나하나에 깃든 스토리와 경험을 총체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업사이클링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도 유익하다.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을 볼 때 업사이클링은 한시적인 유행이 아닌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싶다. 낡고 녹슨 철은 이렇게 무수한 순환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할 것이다. 수천 년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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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스코 블로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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