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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야기/스틸캐스트 2017.06.30 09:52

[스틸 인 테크] 3편. 시대에 따라 달라진 자동차 소재의 향연!



테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필진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철을 들여다 볼 스틸캐스트의 신규 시리즈! '스틸 인 테크'가 3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틸 인 테크 시리즈를 통해 세 번째로 조명해 볼 주제는 '자동차'입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중심에 있는 철에 관해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는 나윤석 칼럼니스트에게 들어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보실까요?



향연(饗宴) -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


향연이라고 부를 만큼의 융숭한 잔칫상이라면 방방곡곡에서 모인 갖가지 재료를 정성껏 조리한 다채로운 요리들이 가득할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한두 가지 요리만 놓여있는 상을 잔칫상이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메뉴의 소재들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우리는 ‘소재들의 향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다양한 기술이 모여 완성되는 복합 산업 제품이라는 점과 동시에 ‘신분의 상징’,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사회 문화적 측면도 매우 밀접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기준마저도 매우 까다로우니 자동차라는 잔칫상 위의 요리인 소재들은 엄선된 것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따뜻한 밥 한 공기다.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라고 해도 그것들은 반찬에 불과하다. 요즘은 양식이나 패스트푸드가 많아져서 밥을 옛날보다 덜 먹는다고는 하지만 밥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최근 들어서는 성인병 예방에 가장 좋은 식단이 한식이라고 하여 오히려 밥을 챙겨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도 똑같다. 자동차에서 밥과 같은 소재가 바로 철이다. 비록 요즘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이 이전보다 많이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철보다 중요한 자동차용 소재는 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철의 성능이 향상되고 등급이 다양해지면서 오히려 철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철을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비슷할 줄은 나도 몰랐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퀴뇨의 증기 자동차


초기의 자동차들은 마차에서 말을 없애고 엔진이나 모터를 달아 바퀴를 굴리는 접근이었기 때문에 차체의 형태는 당연히 마차와 비슷했다. 즉 차체의 골격이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목재는 비교적 가볍고 강도와 탄성이 좋으며 가공이 쉽다는 점에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하던 가장 친숙한 소재다. 


18세기에 프랑스의 퀴뇨(Nicolas Joseph Cugnot)가 만든 증기 자동차에도 여전히 차체의 골격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 목재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증기 기관을 차대에 고정하는 부분과 바퀴를 굴리는 동력 전달 장치 등에는 많은 철이 사용되었다. 즉 자동차는 여명기부터 마차보다 더 많은 철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증기 기관 자체가 쇠로 만든 제품이었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파텐트모토바겐 


1886년 칼 벤츠가 만든 파텐트모토바겐(der Patentmotowagen)은 현대적 자동차의 구조를 가진 최초의 자동차였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 기관이 적용된 최초의 자동차로 특허를 받았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지만 하나 더 중요한 의미는 차체와 바퀴를 비롯한 차의 대부분이 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원하는 구조적 강도를 얻으려면 굵고 두툼한 부재를 사용해야 하는 목재에 비하여 훨씬 가는 부재로도 원하는 강성을 얻을 수 있는 철제 프레임을 사용하면 차체의 크기가 작아지고 같은 크기의 차체로도 승객과 화물이 탑승할 공간을 훨씬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출력이 높은 차량일수록 무겁지만 단단한 철을 사용하는 것이 나무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가볍게 원하는 강성의 차체를 만드는 길이기도 했다. 


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동차를 위한 최고의 소재였다. 일단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제련 과정이 수월하였다. 구리나 청동에 비하여 훨씬 높은 강도를 갖고 있으므로 구조물을 만들기에 적합하였고 가공하기가 쉬웠다. 또한 다양한 원료를 첨가하여 원하는 성질을 갖도록 합금을 만들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구하기 쉽고 값이 저렴하다는 결정적 장점을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20세기는 철강의 세기라고 할 만큼 철은 기계-건축-토목 등 사용되지 않는 산업 분야가 없을 만큼 다양하게 사용되었고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1930년대 독일 ‘실버 애로우’의 하나였던 메르세데스 벤츠 레이싱 카


그렇게 장점이 많은 철이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무겁다는 것이다. 무거우면 더 힘이 센 엔진이 필요하고 힘이 센 엔진은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따라서 연료를 더 많이 실어야 하는데 그러면 차는 더 무거워진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차를 가볍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가장 처음 본격적으로 느낀 곳은 자동차 레이스였다. 1930년대 그랑프리 레이스에는 지금과는 반대로 레이스 카의 중량이 750kg을 넘지 못한다는 최대 중량 규정이 있었다. 이 규정에 맞추기 위하여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토 우니온 등은 강철 프레임 골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서 중량을 줄이려 했던 것. 


그런데 공교롭게도 1kg이 초과되었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W25 경주차가 규정을 맞추기 위하여 표면의 페인트까지 벗겨내고 은색의 알루미늄 표면을 드러냈던 것이 당시 독일 레이스 카들에게 ‘실버 애로우’라는 별명을 선물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 - 재규어 제공 / 재규어 XE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


이후에도 알루미늄으로 차를 만드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알루미늄은 보오크사이트 등의 알루미늄 광석으로부터 알루미늄을 제련하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까다롭다는 점에서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20세기 말에 다가오는데 그것은 원유 가격의 급등과 환경 오염 문제였다. 점차 커지고 무거워지며 강해진 자동차들의 늘어나는 연료 소모량과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차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었던 것이다. 


차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 한 가지였고 다른 방법은 알루미늄과 같은 경량 소재로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알루미늄 차체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는 아우디였고 최근 재규어가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 기술로 알루미늄 차체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모델은 많지 않다. 비싸기 때문이다. 그 대신 보닛이나 도어 등 넓은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효과적으로 무게를 줄이는 모델들은 상당히 많다. 서스펜션과 같이 가벼워지면 차량의 조종 성능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나 열 전도율이 높아야 좋은 라디에이터와 가벼우면 성능이 향상되는 엔진 부품 등 알루미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경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쾨닉세그 제공 / 100% CFRP로 만든 쾨닉세그 아제라 R


요즘 자동차에는 상당히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해야 하는 실내 내장재는 물론 요즘은 대중적 승용차 모델들에도 라디에이터 둘레의 크로스 멤버와 같은 프레임의 일부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플라스틱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기 쉬운 점과 함께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강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요즘 슈퍼카에 많이 적용되는 카본 파이버도 정확하게 말하면 CFRP, 즉 카본 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들이 훨씬 가벼우면서도 금속에 뒤지지 않는 강성을 갖고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재활용에도 유리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거나 고강도 플라스틱은 깨지기 쉽다는 등의 장단점이 엇갈리는 면이 있다. CFRP의 경우는 카본 섬유와 플라스틱 레진을 여려 겹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고 복잡한 형태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설계 및 디자인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까다롭다는 환경적 문제도 갖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100% CFRP로 차체를 만드는 모델은 소량 생산 모델에 국한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아우디 제공 / 알루미늄 사용량을 '현명하게' 다소 줄인 3세대 아우디 TT


최근 이채로운 뉴스가 있었다. 세계 최초 100%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한 아우디 A8의 후속 모델은 100% 알루미늄이 아니라는 소식이었다. 신형 A8은 여전히 차체의 대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하지만 핫 스탬핑 공법으로 제작한 초고강도 강철로 차체 측면을 보강하여 객실 안전도를 높이고 A 필라 아래에도 강철을 사용하여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는 등 강철을 다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마그네슘과 카본 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사실 이런 아우디의 움직임은 신형 아우디 TT에서도 보였었다. 이전 세대에서는 차량 뒷부분의 강판으로 만들어진 스페어타이어 공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던 TT가 신형에서는 ‘소재를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였다고 한 것이다. 


사실 무른 소재인 알루미늄으로 차체 전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제약을 받는다. 필요한 강성과 안전도를 얻기 위하여 아우디처럼 프레임 구조를 선택하거나 재규어처럼 두꺼운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하는 등 경량이라는 알루미늄의 장점을 일부 희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값비싼 공법이나 구조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알루미늄은 철과는 다른 도장 공정과 접착 공정 등 유지 관리 차원에서도 비용과 복잡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기 때문에 보다 현명한 소재의 사용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 철강 기술의 발전으로 가볍고 강한 철강 소재가 많아진 것도 철의 사용이 다시 많아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은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자동차에서도 철은 항상 사용되고 있었다. 100% 알루미늄, 혹은 100% 카본 파이버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에도 가장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대 부서져서는 안 되는 부품에는 여지없이 다양한 철이 사용되고 있었다. 새로운 소재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에도 철은 묵묵하게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은 산업의 쌀이고,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는다.



* 스틸 인 테크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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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스코 블로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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