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업 블로그
철 이야기/스틸캐스트 2017.04.28 07:00

[스틸 인 테크] 2편. 깃털처럼 가벼워진 노트북, 마그네슘으로 변화하다!


 

테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필진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철을 들여다 볼 스틸캐스트의 신규 시리즈! '스틸 인 테크'가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틸 인 테크 시리즈를 통해 두 번째로 조명해 볼 주제는 '노트북'입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변화해 온 노트북용 메탈 소재에 관해 <더기어> 김정철 편집장에게 들어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보실까요?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맛집을 원하지만 그 맛집 앞에 사람이 없어 기다리는 시간이 없길 바란다. 자연을 원하지만 벌레는 질색이다. 혁신을 바라지만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렴한 것은 좋지만 저품질은 절대 안 된다. 따뜻한 사람이 그립지만 프라이버시가 방해되는 것은 싫다. 등등.

 

제품을 고를 때도 인간은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노트북이다. 작지만 화면이 컸으면 좋겠고, 가볍지만 단단해야 하고, 얇지만 고성능이어야 한다. 그 모순 중에서도 특히 노트북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가볍지만 단단해야 한다.'라는 명제다. 이동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노트북은 무게가 가벼울수록 좋다. 하지만 실수로 인한 파손은 줄여야 하기 때문에 단단해야 한다. 


따라서 노트북은 인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러분들이 카페에 펼쳐 놓을 오늘날의 노트북이 만들어지기까지 노트북 제조사들의 노력을 돌이켜 보자. 


이미지 출처 - 플리커 / 오스본1 


노트북의 역사는 사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역사였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최초의 노트북으로 꼽히는 오스본1(1981)의 무게는 10.7kg이었다. 화면은 겨우 5인치였지만 당시 기술로는 그게 최선이었다. 


오스본1의 뒤를 이어 나온 컴팩 포터블(1983)은 화면을 9인치까지 키웠지만 대신 무게는 12kg으로 더 늘어나 버렸다. 노트북은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랩톱(Laptop)이라고도 불렸는데, 10kg이 넘는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사실 초창기 노트북들은 무게를 줄이면 화면이 작아지고, 화면을 키우면 무게가 무거워지는 모순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없었다. 또, 하나 단단하지도 못했다. 당시까지 모든 노트북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플라스틱은 가볍지만 충격에 약했다. 이동하다가 떨어지면 값비싼 노트북이 파손되는 일이 잦았다.


소재의 변화가 필요했다. 가볍지만 단단한 소재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모순을 해결할 첫 번째 실마리는 의외로 일찍 나왔다. 그것도 약 35년 전에 말이다.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한 최초의 컴퓨터


우리는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에서 나온 그리드 컴파스(GriD Compass-1983)라는 모델을 기억해야 한다. 이 노트북은 중요한 모순 몇 가지를 해결한 모델이다. 첫째는 '작지만 화면은 커야 한다.'라는 모순이다. 그리드 컴파스는 디스플레이를 덮개식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동 시에는 디스플레이를 키보드에 덮어서 크기를 줄이고, 작업 시에는 디스플레이를 열어 화면을 크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크렘셀(Clamshell-조개 뚜껑식)이라고 하는데, 현대 노트북의 대부분이 크렘셀 방식의 노트북이다. 즉, 그리드 컴파스는 현대적 노트북의 조상이라고 보면 된다. 


뿐만이 아니다. 그리드 컴파스는 가장 큰 명제인 '가볍지만 단단해야 한다.'라는 모순을 해결했다. 어떻게? 바로 마그네슘이다. 이 제품은 6인치 화면을 썼음에도 마그네슘 재질을 사용해 무게를 4.5kg까지 줄였다. 마그네슘 재질을 사용한 것도 이 노트북이 최초다. 마그네슘은 상용화된 금속 중에 가장 가벼운 금속이면서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 


△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우주로 나간 최초의 컴퓨터


그럼 왜 모든 노트북들이 마그네슘을 쓰지 않은 걸까? 이유는 있다. 마그네슘은 가격이 비쌌고 가공이 힘들었다. 그러나 그리드 컴파스는 노트북과 궁합이 잘 맞는 마그네슘을 과감히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런 단단함과 가벼운 무게 덕분에 디스커버리 호에 실려 우주로 나간 최초의 노트북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인텔은 노트북을 위한 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했다. 노트북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얇지만 고성능이어야 한다'는 마지막 모순까지 해결하게 됐다. 모순이 해결된 제품은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노트북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해법을 찾았으니 이제 제조사들이 기술을 고도화하는 순서가 남았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IBM 씽크패드 R51


IBM 씽크패드 시리즈는 노트북을 고도화한 첫 번째 브랜드다. PC시대에 뒤늦게 합류했던 IBM은 노트북만큼은 1등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IBM은 제대로 된 노트북을 개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최고의 부품을 썼고 경량화에 많은 노하우가 있던 일본 야마토 디자인 연구소와 천재적 디자이너 '리차드 사퍼'가 공동 디자인을 맡았다. 


그 결과 나온 씽크패드(1992)는 노트북 역사상 최장 브랜드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씽크패드는 항상 최고의 CPU와 최상의 부품만 도입했다. 완벽한 크렘셀 디자인을 정의했고, 소재는 마그네슘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기존의 노트북들은 무겁거나 고장이 잘 나거나 성능이 형편없었다. 그러나 IBM은 높은 조립 완성도와 마그네슘 재질, 최상의 부품으로 노트북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다만 높은 품질을 추구하다 보니 가격이 비쌌다. 씽크패드는 다른 노트북에 비해 몇 배 더 비싸다는 게 단점이었다. 


새로운 소재가 실험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선두주자는 소니였다. 소니는 바이오(Vaio)라는 자사의 노트북 시리즈에 탄소섬유(카본 파이버) 소재를 적극 도입했다. 탄소섬유는 금속만큼 강하고 금속보다 훨씬 가벼웠다. 그러나 탄소섬유도 단점은 있었다. 가격이 비쌌고 산화되기 쉬웠으며 색상 표현이 어려웠다. 특히 금속 특유의 광택이 나지 않아 고급스러움이 떨어졌다.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맥북에어를 소개하는 스티브잡스


그러자 이번에는 애플이 새로운 소재를 도입했다. 초창기 애플은 노트북에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했다. 이유는 애플이 내세우는 디자인, 색감을 표현하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여러 소재를 실험한 끝에 애플은 알루미늄을 선택한다. 


알루미늄은 아노다이징 공법을 사용하면 색상 표현이 자유롭고 마그네슘에 비해서 저렴했다. 애플은 맥북 에어(2008)를 만들며 통짜 알루미늄을 깎아 성형하는 '유니보디'공법을 도입했다. 애플은 1.1kg 짜리 알루미늄 강판을 깎아내어 최종적으로 110그램의 케이스만 남겼다. 


맥북에어의 본체는 단 하나의 부품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접합할 필요가 없어 무척 단단하고 아노다이징 공법으로 표면을 잘 가공해 무척 아름다웠다. 맥북 에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노트북 디자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도 애플은 여전히 알루미늄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 합금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특히 알루미늄을 깎아내는 유니보디 공법을 위해서는 대량의 CNC 밀링머신이 필요한데, 여기에 다단계의 공정과 제련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엄청나다. 또한 합금 비율에 따라 휘거나 부식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애플은 초창기 6061 알루미늄을 썼고, 이후에는 6063을 썼으나 아이폰에 휘어짐이 발생해 7075 알루미늄으로 교체한 바 있다. 그러나 7075 알루미늄은 부식성이 강해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반면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은 다시 마그네슘 소재를 채택하는 분위기다. 마그네슘의 큰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마그네슘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었다. 또한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색상 표현도 자유로워졌다. 


사실 마그네슘은 무게 경쟁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마그네슘의 무게는 알루미늄의 65%에 불과하고 철강에 비해서는 22% 정도의 무게로 모바일 제품을 만들기에 최적의 소재다. 구하기도 쉽다. 지각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고 바닷물에도 포함되어 있어 원료 공급이 원활한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노트북 시장의 소재 경쟁은 마그네슘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 일본 NEC의 laVieZ


2013년 일본의 NEC는 laVieZ라는 노트북을 출시했는데 13.3인치 화면에 무게가 795g에 불과했다. 이 노트북은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였다. 일본이 마그네슘을 이용해 다시 경량화에 앞서자 다른 업체들도 마그네슘 소재의 채택을 높였다. 


△ 이미지 출처 - LG전자 공식 블로그 /  2017년형 LG '올데이 그램'


특히 한국 노트북 업체들은 도약이 눈부셨다. 2014년 출시한 LG의 그램 시리즈는 1kg 이하의 노트북의 대명사가 됐는데, 그 비결은 마그네슘 소재다. LG 그램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합금을 하부 커버에 도입했다. 덕분에 15인치에서 980g의 무게를 기록해 최경량 15인치 노트북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 가공성과 치수정밀도 등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2017년에는 그램 13, 14, 15 전 시리즈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 2017년형 '삼성 노트북9 올웨이즈'


삼성전자 역시 마그네슘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6년형 삼성 노트북9 메탈은 13.3인치에서 840g의 무게를 기록하며 국내 최경량 노트북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하부 커버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판재가 사용됐다. 2017년형 노트북9 올웨이즈 모델 역시 마그네슘 소재가 쓰였으며, 내구성도 향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그네슘 표면처리로 MAO(Micro Arc Oxidation)공법을 사용해 긁힘 방지와 내충격성을 향상시켰다. 


향후에도 노트북에서 마그네슘을 밀어낼 후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가격적인 부담감과 가공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으나 점차 고급화되고 있는 노트북 시장과 가공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단점이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그네슘과 노트북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금 형태 노트북의 조상이 마그네슘 재질이었고, 가장 오래된 브랜드인 씽크패드 역시 마그네슘 소재로 시대를 풍미했다. 향후에도 가벼움과 단단함이라는 '모순'적인 소비자의 욕심을 채워줄 가장 강력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 스틸 인 테크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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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스코 블로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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