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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야기/스틸 피플 2016.01.19 07:00

순정한 열정으로 최고의 가위를 만드는 마술사 - 미용가위의 장인 김봉기 씨

 


 

미용용품점이나 재료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미용가위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또 거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김봉기 장인이 만드는 미용가위는 그런 싸구려가 아닌 전문가용으로 전국의 유명한 헤어숍에 납품된다. 일급의 헤어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김봉기 장인이 한 달에 만드는 가위의 수량은 300자루 정도. 그는 품질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노동량 등을 감안해서 이 수량을 결코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미용가위의 주재로는 특수합금으로 머리칼을 자르는 용도에 맞게 특수한 맞춤형 열처리를 한 것이다. 1800도의 고열과 영하 80도의 냉각을 여러 번 반복한다고 한다. 그걸 재단기를 통해 가위 모양으로 오려낸 뒤 수천 번의 잔망치질을 하고 연마기와 숫돌에 쉴 새 없이 간다. 그 과정에서 날의 각도나 예리함이 결정된다. 그리고 수요자의 손가락 마디에 맞는 손잡이를 용접해서 붙이는 게 미용가위의 생산 공정이다. 그 공정 하나하나를 집행하는 장인의 손놀림이 마치 마술사의 그것과 같다.

 

아직 50대 중반인 김봉기 장인이 가위를 만들어온 세월은 37년, 그중 미용가위를 만들어온 세월만 자그마치 28년이다. 전라북도 군산이 고향인 김 장인이 가위를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삼게 된 것은, 당시 군산 일대에 몰려 있던 가위 공장에 자연스럽게 취직하면서부터. 그게 열일곱 살의 일이다. 그는 처음에는 봉제 가위, 일반 가위, 의료 가위, 주방가위 등 여러 용도의 가위를 만들다가 미용가위 쪽으로 특화했다고 한다.

 

 

“일반 가위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의료 가위는 수요가 불안정했어요. 하지만 미용가위는 수요가 가장 안정적이었지요. 경제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용실 창업이 붐을 이루었으니까요.”

 

제품의 유통은 직판과 딜러를 통한 판매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경상도나 전라도 등 타 지역에서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다. 그들이 먼 길을 마다하고 공장까지 직접 찾아오는 이유는, 짝퉁 가위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고.

 

“딜러들이 내가 만든 가위뿐 아니라 다른 회사 가위도 함께 취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 제품이 납품될까 염려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려고 직접 오시는 거죠.”

 

 

 

 

인터뷰를 하는 중에 공장 안으로 단골고객으로 보이는 분이 들어온다. 그는 김봉기 장인에게 사전 주문한 가위를 찾으러 온 참이란다. 현직 헤어디자이너라는 고객에게 김봉기 장인이 만드는 가위의 장점을 물었다.

 

“제가 여러 회사에서 제작된 가위를 다 써봤어요. 그런데 김봉기 선생님 가위가 손에 가장 잘 맞더라고요. 장시간 일을 해도 손이 덜 피로하고요. 또 머리칼이 잘 잘라지는 건 물론이고요.”

 

김봉기 장인의 미용가위의 우수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우리시저스는 일본, 호주 등의유명 브랜드 제품을 OEM, ODM 방식으로 제작해 공급한 바 있으며 이 제품들은 최고급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봉기 장인의 가위에 열광하는 단골 고객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존재하는데, 가위를 써본 고객이 편지와 함께, 품질에 비해 구매가가 너무 저렴하다고 돈을 더 넣어 보내는 경우도 있고 건강식품 같은 걸 사서 보내는 경우도 있단다.

그럴 때마다 장인은 남다른 자긍심과 함께 뿌듯함을 느낀다. 김봉기 장인은 각 분야의 달인을 소개하는 공중파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종이를 가위 날에 떨어뜨렸을 때 그대로 베어지는 미션을 성공해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가 명품 가위를 만드는 비결은 다른 게 없고 끝없는 연구와 아이디어 개발에 있다고.

 

“최선의 노력은 있어도 최고는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더 좋은 제작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해요.”

 

 

 

 

장인은 가위는 칼과 다르다는 걸 강조한다. 날이 강하고 예리하면 좋은 칼이지만 가위는 제아무리 혼자 강하다고 해서 잘 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두 날이 서로를 도와 밀고 당기는 탄력을 만들어내야 헤어 디자이너가 힘들이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가위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마찰 없이 부드럽게 밀리는 가위는 두 날이 나사를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열두 시간을 미용가위 만드는 일에 매달리는 장인의 곁을 지키는, 우리시저스의 또 한 사람의 직원은 김봉기 장인의 부인 문미향 씨다. 그는 회계와 경리 업무를 맡고 있는 살림꾼이다.

 

“사실 우리 집사람이 회장이고 나는 일꾼입니다. 하하.”

 

부부가 깊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모습은 마치 두 개의 날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매끄럽게 교차하면서 머리칼을 잘라내는 미용가위를 연상시킨다. 김봉기 장인의 제품에 영혼의 흔적까지 묻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오직 외길만을 걸어온 이의 순정한 열정과 반려자의 사랑과 격려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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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스코 블로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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